영화

멋진 하루 (My Dear Enemy, 2008)

범생 2009. 1. 30. 22:17

감독 이윤기 출연 전도연, 하정우

과거 연인이었던 그들. 희수(전도연)가 사귀던 당시 빌려줬던 돈 350만원을 갚으라고 하자 병운(하정우)은 희한하게 아는 사람들을 찾아 돈을 꿔 모은다. 빚 해결을 위해 서울을 돌아다니면서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그들만의 흔적들을 찾게 된다. 그냥 멜로 영화는 안 좋아하지만 담담한 영화는 좋아한다. 무료한 날, 소파에 누워 소란스럽진 않지만 하고 싶은 얘기를 조용히 하는 그런 영화를 감상하는데 그때야말로 좀처럼 느끼기 쉽지 않은 여운을 느낀다. <멋진 하루>가 그랬다.

이윤기 감독의 영화는 처음인데 이 영화를 통해 그가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무척 마음에 든다. 그는 분명 섬세한 분이다. 지하철에서 차가운 태도의 희수가 끝끝내 참아왔던 울음을 불안하게 터뜨릴 때는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여백이 느껴지는 <멋진 하루>는 묘하게도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지는 영화다. 그 둘은 결국 그랬겠지? 이 영화를 보게 되다니... 잠시나마 내게도 '멋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