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008. 12. 29. 21:56
님은 먼곳에 (Sunny)"는 월남전을 배경으로 남편을 찾아 위문공연단과 함께 베트남을 돌아다니며 생사를 넘나드는 순이라는 한 여성에 대한 영화다.
 
동네아주머니들 앞에서 노래부르기를 좋아하는 순이 (순애). 그녀는 시어머니의 지시에 의해 한달에 한번 군대에 가 있는 남편 상길 (엄태웅)에게 면회를 가지만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편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와 똑같이 남편의 면회를 간 순이는 남편이 이미 베트남전에 출전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아들을 찾아가겠다는 시어머니대신 자신이 남편을 찾겠다며 베트남으로 가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다. 그러나 베트남으로 반드시 가야 한다는 그녀의 하소연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차차 지쳐갈무렵 마침 베트남으로 위문공연을 가서 한 몫 잡아보려는 정만 (정진영)을 만나 베트남으로 가게 된다. 그녀는 정만의 밴드와 함께 돌아아다니며 위문공연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남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영화는 철저하게 순이의, 순이에 의한, 순이를 위한 영화다. 초지일관 남편을 찾겠다는 목표 하나로 그녀는 머나먼 전쟁터까지 가는것을 꺼리지 않는다. 아니 아무도 안된다고 하는데 가겠다고 부득부득 우겨서 간다. 베트남에 가서도 그녀는 익숙하지 않은 공연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베트콩에게 잡히기도 하고, 폭탄의 한복판에서 도망가기도 하고, 미군에게 몸을 바치기도 하는 등 힘든일을 끊임없이 겪는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을 찾겠다는 결심하나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아니, 날이 갈수록, 힘든 일이 하나 생길수록 남편을 찾겠다는 결심은 더욱 굳어진다.
왜 그랬을까? 별로 사랑하지도 않는 남편, 심지어 자신을 사랑해 주지도 않는 (심지어 다른 여자까지 있는) 남편인데도 그녀는 남편을 찾지 못하면 거의 죽을듯이 행동한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어렴풋이 이해도 될거 같은 느낌이 든다. 순이에게 남편이라는 존재는 하나의 남자, 내 인생의 반려자가 아닌 내 존재의 이유, 아니, 내가 돌아갈 집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에서 살면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그녀는 남편을 전쟁터에 내몰았다며 쫓아내는 시어머니와 한번 시집갔으면 그 집 귀신이라며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친정부모사이에서 갈 곳을 잃었다. 그런 그녀에게 남편이라는 존재는 갈 곳을 알려주는 이정표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영화에서 순이가 부르는 노래는 모든것을 해결해주는 요소다. 시골에서 동네아주머니들앞에서 노래를 부르던 순이는 베트남에 가기 위해서 가수가 된다 그녀는 군인들앞에서 남편을 찾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베트콩에게 잡혔을때도 노래를 불러 위기를 모면한다. 언제고, 어느때고 순이의 노래는 그 위력을 다한다.
또한 이 영화에서 순이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주는것 또한 그녀가 부르는 노래다. 아니 그녀가 노래부르는 모습이다. 어색하고 낯설어 관객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던 그녀가 어느새 화려한 의상을 하고 세련된 무대매너로 노래를 하는 모습은 그녀가 얼마나 많이 변화했는가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순이는 시골여자다. 마을 사람들도, 남편도, 시어머니도, 심지어 친정부모까지도 모두 다 사투리를 쓴다. 순이도 처음에는 사투리를 쓴다. 아니 어떨때는 사투리를 쓰고, 어떨때는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엄청 어색하다. 본인도 그걸 느겼던지 나중엔 아예 사투리는 벗어던져버렸다. 웬지 순애라는 여배우가 철저하게 순이가 되지 못한 거 같아 아쉽다.
 
님은 먼곳에는 김추자의 1969년 힛트송이다. 아직도 가끔 라디오에 나올 정도로 당시에 이 노래에 대한 인기는 엄청났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김추자의 노래보다 1995년에 조관우가 리메이크하여 부른 노래를 훨씬 더 좋아한다.

Posted by 범생